51. 성전휘장이 갈라지다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3219

주님께서는 당신 몸을 충만한 신성이 거하고 있기 때문에 성전이라고 하셨다. 예루살렘의 지상 성전은 주님의 상전에 불과했다. 이 돌로 된 성전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현관 마당 건너편에는 "성소" 라고 하는 장소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지성소" 라는 훨씬 은밀한 장소가 있었다. 마당과 성소는 휘장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성소와 지성소는 큰 휘장으로 구별되어 있었다.
  
주님께서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셨을 때,

바로 그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가 갈라지고 (마태오 27, 51)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고 하는 것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기적적인 하느님의 손으로 찢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이 지속되는 한 지성소 앞에 휘장을 걸어두라고 명하신 바 있다. 이제 주님께서 돌아가시자 하느님께서는 휘장이 갈가리 찢어지라고 명하셨다. 옛날에는 성스럽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다른 평범한 것들과 똑같이 드러나 그들이 보는 앞에서 활짝 공개되었으며, 갈바리아 산에서는 한 병사가 주님의 심장을 찌르자 그들 앞에 신약의 궤와 하느님의 보물이 들어 있는 새로운 지성소가 드러났다. 주님의 죽음으로 지상의 성전은 성스러움을 잃어 버렸다. 주님께서는 삼일만에 새로운 성전을 세우실 것이기 때문이다. 지성소에는 일년에 한 번 한 사람밖에 들어갈 수 없었으나, 이제 백성과 성성(聖性)을 갈라놓고 유대인과 이방인들을 갈라놓고 있던 휘장이 갈라졌기 때문에 이제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새로운 성전인 그리스도이신 주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병사가 그리스도의 심장을 찔러 피와 물이 나오게 한 일과 성전의 휘장이 찢어진 일 사이에는 본질적인 관계가 있다. 두 개의 휘장이 찢어졌다. 하나는 성전의 붉은 휘장으로 그것이 찢어짐으로써 구약의 율법이 폐지되었고, 다른 하나는 주님의 육체의 휘장으로써, 이 휘장이 찢어짐으로 우리 가운데 머물러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지성소가 열리게 되었다. 두 가지 경우 다 거룩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았던 지성소가 그 하나며, 또 하나는 참된 지성소로써 주님의 성심을 말하며 죄인들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열어 놓았다. 옛 성전의 휘장은 아버지께서 보내신 대사제가 그 휘장을 찢어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 문을 열어주실 때까지 천국은 누구에게나 닫혀 있었다는 뜻이다. 성 바오로는 구약의 대사제가 일년에 한번만 자신의 죄와 다른 사람의 죄를 위해 피를 봉헌하러 지성소에 들어 갈 수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가 이 신비를 설명해 주고 있다.

물론 먼젓번 계약에도 예배 규칙이 있었고 또 예배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장소는 인간이 마련한 장소였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천막 성전 앞칸에는 촛대와 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빵을 진열해 놓았는데 이 곳을 성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둘째 휘장 뒷칸을 지성소라고 불렀습니다. 거기에는 금으로 만든 분향제단과 온통 금으로 입힌 계약의 궤가 있었고 그 궤 속에는 만나를 담은 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와 계약이 새겨진 석판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 그 궤 위에는 영광스러운 케르빔 천신상들이 있어 날개로 속죄판을 내리덮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자세히 설명할 때가 아닙니다. 천막 성전에는 이러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데 사제들은 언제나 그 앞칸에 들어 가서 예배를 집행합니다. 그러나 그 뒷칸에는 대사제만이 일 년에 단 한 번 들어 가는데 그 때에는 반드시 피를 가지고야 들어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피는 대사제가 자신을 위해서와 또 백성들이 모르고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바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성령이 보여 주시는 것은 천막 성전의 앞칸이 그대로 있는 한 지성소로 들어 가는 길은 아직 열려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현세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 제도를 따라 봉헌물과 희생제물을 바치지만 그것이 예배하는 사람의 양심을 완전하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다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여러 가지 씻는 예식에 관한 인간적인 규칙들로서 하느님께서 모든 일을 바로 잡으시는 때가 올 때까지 유효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존재하는 모든 좋은 것을 주관하시는 대사제로 오셨습니다. 그분이 사제로 일하시는 성전은 더 크고 더 완전한 것이며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창조된 이 세상에 속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스도는 단 한 번 지성소에 들어 가셔서 염소나 송아지의 피가 아닌 당신 자신의 피로써 우리에게 영원히 속죄받을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히브리서 9, 1-12)

그리고 나서 육체의 휘장과 성전의 휘장을 비교하며 이 편지는 이렇게 덧 붙인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예수께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우리는 마음 놓고 지성소에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휘장을 뚫고 새로운 살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셨습니다. 그 휘장은 곧 그분의 육체입니다. (히브리서 10, 19-20)

천년 전에 다윗은 메시아를 고대하며 이렇게 썼다.

그러니, 나의 주여, 이제 무엇을 바라고 살리이까? 당신 외에 또 누구를 믿으리이까? 내 모든 죄를 벗겨 주셔서 미욱한 자들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오니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으리이다. 채찍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더 때리시면 이 목숨은 끊어집니다. (시편 39, 7-10)

시편작가는 살해한 짐승의 희생물과 하느님의 총애를 얻고자 하는 번제물과 죄에 대해 보상하기 위한 죄봉헌물을 희생할 때 그의 마음은 그러한 제물들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 이었다. 그는 이러한 도살된 송아지나 염소나 양이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느님께서는 성전안에서와 같이 인간 육체 속에 당신 신성을 담으시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오직 한 가지 목적, 즉 당신 목숨을 바치기 위해 오시리라는 것을 시편 작가는 알고 있었다. 다윗은 하느님의 육화야말로 희생물과 유대 율법이 말하는 사제직의 완성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흠없는 하느님의 어린 양께서 당신 천상 아버지께 자신을 봉헌하셨으니 이제 이 예표는 실제로 이루어졌다. 에집트에서 이스라엘인들에게 한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며, 더 높은 의미에서 십자가 위에서 흘려진 피를 간구하는 모든 사람이 그 약속을 주장할 수 있다.

집에 피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너희가 있는 집이라는 표가 되리라. 나는 에집트 땅을 칠 때에 그 피를 보고 너희를 쳐 죽이지 않고 넘어 가겠다. 너희가 재앙을 피하여 살리라. (출애굽기 12, 13)

레위지파의 사제직은 이제 해제가 되었고, 멜기세덱의 사제직이 레위지파의 법이 되었다. 지상 성전의 지성소 앞에 있던 "출입금지" 표지판이 제거되었다. 멜기세덱의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 레위지파는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위지파는 주님께서 돌아가시기 몇 주 전에 성전세를 요구하면서 주님께 십일조를 강제로 징수해갔다. 그러나 성전 휘장이 찢어졌을 때 멜기세덱의 사제직이 이루어졌으며 아울러 참된 지성소요, 신약의 참된 궤요, 생명의 참 빵이신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자리하게 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