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죽음을 묵상함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343

1. 미구에 네게는 이런 사정이 닥쳐오리라. 그러니 지금 네가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살펴보라. 오늘 있던 사람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되면 정신에서도 쉽게 잊혀진다. 오! 사람의 마음은 어찌 그리 아둔하고 완고한가! 지금 일시만 생각하고 장래 일은 미리 생각지 않는다. 네 모든 일과 생각에 오늘 죽을 것처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네 평한하다면 그렇게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피하는 것보다 죄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 오늘 준비가 다 못 되어 있으면, 내일은 어떻게 준비되어 있겠느냐? 내일은 일정치 못한 날이다. 내일의 해를 네가 볼는지 어떻게 아느냐?

2. 우리가 이와같이 개과 천선함이 적으니 오래 사는 것이 무엇이 유익하랴. 슬프다! 오래 삶으로 항상 선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요, 도리어 흔히는 죄를 더할 뿐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만 하루하도 잘 살아 보았으면! 많은 사람들은 흔히 입회(入會)한 지가 여러 해라고 헤아리나, 흔히는 별로 나아진 표가 보이지 않는다. 죽는 것이 두렵다면 아마 오래 사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다. 자기의 죽을 시간을 항상 눈앞에 두고 있고 매일 죽음을 예비하는 사람은 복되다. 네가 한번 사람 죽는 것을 보았거든, 너도 그와 같은 길로 지나가리라는 것을 생각하라.

3. 아침이 되거든 저녁때까지 이르지 못할 줄로 생각하고, 저녁 때가 되거든 내일 아침을 못 볼 줄로 생각하라. 그러니 너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 죽음이 어느 때 너를 찾든지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을 만나게 하라. 많은 사람이 갑자기 준비가 없이 죽는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을 때에 올 것이다" (마태 24,42. 44;루가 12,40). 저 마지막 시간을 당하게 되면 네가 지낸 일생에 대하여 아주 달리 생각하기를 시작할 것이요, 이와같이 소홀히, 또는 게을리 지낸 것을 매우 후회하리라.

4. 죽을 때에 예비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항상 그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그 얼마나 복되고 슬기로우냐! 세상을 완전히 경천히 보고, 덕행에 나아갈 간절한 원의를 품고 수고를 다하여 보속하며, 괘활히 순명하고 자기를 이기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뜻으로 무슨 곤란이든지 참아 견디게 되면, 복되이 주겠다는 자신(自信)이 많이 나리라. 네가 성하여서는 많은 선공을 할 수 있으나, 병이 들면 무엇을 할 만할는지 나는 모르겠다. 병중에 나아지는 이가 드물고 병중에 진보하는 이가 드물다. 이와같이 또 순례(巡禮)를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게 성덕에 나아간다.

5. 친구나 친척에게 의뢰하지 말고 또 네 영혼 구하는 일을 미루지 말라.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자 더 빨리 너를 잊으리라. 네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돕기를 바라는 것보다, 지금 미리 준비하고 선공을 미리 세워 놓는 것이 더 낫다. 네가 지금 더 자신을 위하여 삼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장래에 너를 위하여 힘써 주랴?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이다"(2고린 6,2). 그러나 슬프다. 이 때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만한 때이나 너는 이 때를 더 유익하게 쓰지 않는다. 네가 회개하기 위하여 하루나 혹한 시간만이라도 원할 때가 오리라. 너는 그 때 그러한 것을 얻겠는지 나는 모르겠다.

6. 오! 사랑하는 이여, 네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고 곧 죽음을 당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얼마나 큰 위험을 면하며 얼마나 큰 두려움을 면하랴! 이제 너는 죽을 때를 당하여 무서워하기보다도 도리어 즐거워할 만큼 그렇게 살기를 도모하라. 이제부터 너는 후세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살기 위하여 세속에 대하여 죽기를 배워라. 이제부터 너는 후세에 거리낌없이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경천히 여기기를 배워라. 너는 죽을 때에 확실히 안심하기 위하여, 지금 보속하여 네 육신을 책벌하라.

7. 오! 미련한 이여, 하루라도 더 살 줄을 분명히 모르면서, 어찌 오래 살 줄로 생각하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줄로 생각하고 있다가 속았으며, 그 육신을 떠났는가! 누구는 칼에 죽고, 누구는 높은 데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고, 누구는 먹다가 죽고, 누구는 놀다가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을 너는 몇 번이나 들었느냐? 어떤 이는 불에 타 죽고, 어떤 이는 군도(軍刀)에 맞아 죽고, 어떤 이는 염병에 죽고, 어떤이는 강도한테 죽었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은 죽음으로 끝을 맺으니, 사람의 생명은 그림자와 같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8. 네가 죽은 다음에 누가 너를 기억하여 주며, 누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랴! 사랑하는 이여, 네가 무엇이든지 할만한 것이 있으면 하라. 지금 하라. 이는 네가 언제 죽을 지 모르고, 또한 네가 죽은 후 사정이 어떻게 될는지 모르는 까닭이다. 시간이 있을 때 불멸하는 재물을 쌓아 놓아라. 네 영혼을 구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지 말고, 하느님의 사정만 주의하라. 하느님의 성인들을 공경하고 그들의 행위를 본 받음으로써 지금 벗을 삼아라.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루가 16,9).

9. 너는 이 세상을 지나는 순례자(巡禮者)와 나그네로 여겨 세상의 모든 사정에 상관치 말아라. 네 마음은 아무 것도 거리낌 없이 자유스러이 보존하고 하느님께로, 위로 향하여 둘 것이니, "이 땅 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이 없는"(히브리 13, 14)까닭이다. 너는 매일 저곳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탄식하고 체읍하여, 사후에 네 영혼이 주님의 품으로 복되이 옮겨가기를 빌어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