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
작성자 : ocatholic 조회수 : 2319

아침 산을 내려오는 길. 고운 보랏빛 붓꽃이 발길을 잡습니다. 제비꽃이 진 자리에는 방울같이 생긴 열매가 수줍게 매달렸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톡톡 건드리며 “예쁘다”하고 말했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요?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강화의 교동도로 발령받은 뒤 아침저녁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자주 마주치는 들꽃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도 사 보면서 들꽃과 조금씩 친해졌지요. 덕분에 자주 꽃방망이, 솜나물, 기린초, 술패랭이, 칼잎용담 등 우리 학교 화단의 야생화 이름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올봄 교장 선생님께서 광릉수목원에 계시는 분을 통해 구해다 심으셨지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들길 옆으로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도 이름을 불러 주면 배시시 웃습니다. 꽃다지, 봄맞이, 꽃마리……. 어쩌면 이름도 그렇게 예쁜지요. 차를 타고 다녔으면 그저 스쳐 가는 풍경이었을 텐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길 정말 잘했습니다.

내게 별 의미 없던 것들이 관심을 갖는 순간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기를 가졌을 때는 배부른 임산부만 보이더니 아기를 낳고는 아기 안은 아줌마만 보이네요. 그래요, 마음의 눈이 머문 곳에 내가 있습니다. 꽃에 마음이 머무는 순간 꽃이 되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머무는 순간 사랑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웃나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나 봅니다. “참 좋지? 정말 고맙지?”

어디에 두었나요? 마음의 눈.

마음의 눈(민경정, ‘좋은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