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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 : 러 록음악 전설 빅토르 최 사망
조회수 | 1,728
작성일 | 05.07.22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근교. 새벽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마주 오던 버스와 충돌했다. 승용차는 처참하게 부서졌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떴다.

‘러시아(옛 소련)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

자유와 저항의 음유시인은 이렇게 허망하게 숨졌다. 당시 스물여덟의 나이로 아직 만개하기 전이었다.

변방인 카자흐스탄 출신 한국인 3세의 삶은 애당초 녹록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반항이 몸에 뱄다. 공부보다 음악과 미술에 정신이 팔렸다. 열두 살 때 ‘제6병동’이라는 록 밴드를 결성했다가 퇴학당했다. 러시아 사회가 록 음악이 품은 저항정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시기였다. 무명 록 가수에게 노래가 돈이 될 리 없었다.

10대 후반부터 낡은 아파트 보일러실의 화부(火夫)로 일하며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가 밤새 불을 지피던 보일러실은 지금은 팬들의 성지가 됐다.

빅토르 최가 ‘키노’라는 밴드를 결성했던 1980년대 중반은 소련 사회가 내포했던 모순을 하나 둘 드러내던 시절이었다.

자유와 변화를 목말라 하던 젊은이들에게 한순간 시적(詩的)이면서 강렬한 자유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낮고 음울했지만 힘이 담겨 있었다. 빅토르 최였다.

7집 앨범 ‘혈액형’은 5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그가 출연한 영화에는 1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그는 ‘러시아의 짐 모리슨’이고 ‘동유럽의 제임스 딘’이었다. 1990년 6월 모스크바국립경기장 공연엔 7만6000명이 몰려 러시아 최대의 행사로 기록됐다.

공연이 끝난 후 불과 2개월 뒤 그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떴다. 빅토르 최가 몰고 올 변화를 두려워한 보수주의자들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팬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한 일간지는 “아무도 (그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의 묘지엔 지금도 장미꽃다발이 놓여 있다. 체인스모커였던 그를 위해 팬들이 피워 놓은 담배연기가 여전히 타오른다.

어느 추모시의 한 구절처럼 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비짜(빅토르 최의 애칭)는 죽지 않았다. 단지 천국 공연여행을 떠났을 뿐….”

* 동아일보 홍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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