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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메주
조회수 | 1,953
작성일 | 06.12.07
날콩을 끓이고 끓여
푹 익혀서
밟고 짓이기고 으깨고
문드러진 모습으로
한 덩이가 되어 붙는 사랑
다시는 혼자가 되어 콩이 될 수 없는
집단의 정으로 유입되는
저 혼신의 정 덩어리
으깨지고 문드러진 몸으로
다시 익고 익어
오랜 맛으로 퍼져가는
어설프고 못나고 냄새나는
한국의 얼굴
우리는 엉켜버렸다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실 날로 서로 엉켜
네 살인지 내 살인지
떼어내기 어려운 동질성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프고
내가 아프면 네가 아픈
그래서 더는 날콩으로 돌아갈 수 없는
발효의 하얀 금줄의 맛
분장과 장식을 모두 버리고
콧대마저 문지른 다음에야
바닥에서 높고 깊은 울림으로
온몸으로 오는 성(聖)의 말씀 하나

▶ 시집 '오래 말하는 사이'(민음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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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깃돌 놀이를 하다가 실수를 했을 때 얼른 땅바닥을 치면서 '콩!' 하면 그 잘못이 없어지는 규칙이 있다. 몸을 소홀히 하여 암, 비만, 당뇨에 걸렸을 때에도 '콩!'을 외치면 그 병이 낫는다고 한다. 어휴, 그 콩을 뭉쳐 만든 '메주!'를 외치면?

마침 메주를 쑤는 철이다. 집집마다 처마에, 시렁에 주렁주렁 메주를 매다는 정겨운 풍경은 이제 도시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정작 아쉬운 것은 모두들 '으깨지고 문드러'져 '한 덩이'가 되기보다, '분장과 장식'을 하고 날콩으로 구르는 걸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네가 아파도 내가 아픈 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콩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지 않는 것은 아닌지. '온몸으로', '성(聖)의 말씀'을 전하는 메주님이 그립다. 못생기면 대개 깊다. 편견인가?

▶ 동아일보 2006.12.01 03:00 입력 / 시인 반칠환
  |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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