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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도
조회수 | 1,570
작성일 | 05.10.15
한때 “저는 가톨릭 삼수생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입교를 결심하고 시작한 교리공부를 첫 번째는 타의에 의해 포기해야 했고 두 번째는 자의로 포기했으니, 나는 가톨릭 삼수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백두산에서 감격스러운 세례를 받았다. 백두산 천지가 비취빛으로 내려다보이는 중국쪽 정상에서였다.

영세한 지 16년, 이제 좀 뻔뻔해져서 이렇게 털어놓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왔다. 누가 들으면 ‘너 지금 장난 하냐!’며 눈을 흘길 것만 같아서였다.

백두산 정상 계곡에서 수녀님이 떠 온 얼음같이 찬 물이 이마에 부어지고, 눈물 가득 행복에 겨워 세례를 받던 그날, 하늘이 어찌나 맑고 푸르렀던지…. 정상까지 산책을 나온 장백산 기상관측소의 중국인 직원이 ‘무슨 날씨가 이렇게 좋냐’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자리를 함께 했던 8명의 일행이 나를 따라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 옆에서 성가를 불러 주며 성사에 함께했던 그분들은 왜 우셨을까. 두 분 수녀님도 울고, 나이 일흔에 가까운 교우분들이 어깨를 들먹이며 울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분은 신부님 혼자였다.

백두산을 내려와 밤늦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헤어지면서 일행 가운데 한 분이 농담을 했다. “새로 영세한 사람은 기도발이 세대요. 우리를 위해서 꼭 기도해야 돼요!”

방으로 돌아와 여행가방을 여니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때 중국 술병은 대부분 병뚜껑이 시원치 않아서 술이 샜다. 중국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도자기에 담긴 귀한 술을, 행여나 술병이 깨어지기라도 할까 봐, 속옷으로 싸고 또 싸서 넣었다. 그러나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흔들릴 대로 흔들린 가방 속에서 그 술병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술은 이미 다 새어 버린 후였다.

축축하게 술에 젖은, 배갈 냄새가 진동하는 속옷들을 수재민처럼 줄레줄레 방안 가득 널어놓고, 그 중 덜 젖은 속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첫 기도를 드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고 앉았다.

‘하느님!’ 그렇게 불러보는데, 몸에서는 솔솔 술냄새가 피어올랐다. ‘하느님, 제 꼴이 이렇답니다. 술 냄새나 풍기며 기도를 드리네요. 그래도 당신 품에 안겨서 저는 참 행복하답니다.’ 그것이 나의 첫 기도였다. 왜 그 때 예감하지 못했을까. 독한 중국 술 냄새가 풀풀 나는 첫 기도처럼 그 후에 이어진 내 믿음도 그렇게 지리멸렬, 술에 덜 깬 사람처럼 비틀거리리라는 것을.

9월 13일은 내가 세례받은 날이다. 그 때의 그 감격과 행복을 되새기며, 나날이 허술해지는 내 믿음을 다지는 하루를 보냈다. 당신이 세례받은 날은 언제인가요?  ● 한수산 요한 크리소스토모·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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