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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쉬지 않는 젓가락
조회수 | 95
작성일 | 19.08.02
[제주] 쉬지 않는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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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큰 일들이 생길 때 늘 궂은 일만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교우들간의 말썽을 수습해달라고 부탁하면 “신부님은 꼭 힘든 일만 시키세요” 하고 눈을 흘기고 가지만,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수습해냅니다.

본당 신부도 수녀도 하지 못하는 그분들의 그런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언젠가 본당 신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데, 한 자매의 손길에 제 눈길이 미쳤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는 그 손길, 생선뼈를 발라내어 먹기 편하게 해놓고, 고기 탄 부분은 먹지 않는 게 좋다면서 가위로 다듬어 접시에 올려놓고, 반찬 그릇이 좀 빈다 싶으면 얼른 새 걸로 갖다놓습니다. 이젠 좀 드시라고 하면, “예, 저 많이 먹고 있어요” 하고 대답하면서도 다른 사람들 시중들기에 바쁩니다. 제 젓가락은 부지런히 접시와 내 입 사이만을 왔다 갔다 하다가도 내 입이 가득 차면 가만히 쉬는데, 그 자매의 젓가락은 남의 접시들 사이를 오가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게 맛있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이거 잘 구워졌네요. 이거 드세요.”

아무리 산삼, 녹용 같은 좋은 것들도 제 한 입만 위하면 보약이 아니라 독이 됩니다. 풀뿌리를 먹더라도 이 자매와 같은 모습이라면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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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임문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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