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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조회수 | 2,597
작성일 | 08.04.24
아지랑이 봄날에 산위로 피어나는 구름이 곱다.
푸른 강물 위로 두둥실 떠가는 구름의 마음을 본다.
구름의 아름다움은 머물지 않는 데 있다.

따스한 봄기운을 머금고 어느덧 다다른 베드로 할아버지, 마리아 할머니 집.
대문도 없는 허름한 집 마당에 두 분이 손을 잡고 미리 마중을 나와 나란히 앉아계셨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저시고, 할머니는 앞을 못 보신다.
할아버지는 밥, 빨래, 설거지, 청소를 혼자 다 하신다.

불편한 몸으로 토끼풀을 뜯기도 하고,
나무를 하러 산으로 들로 나가기도 하고,
몸소 흙으로 집을 짓기도 하신다.

지난 여름 애써 흙집을 짓는 중 장마로 집이 허물어졌다.
위로를 해드렸더니 "내년에 다시 지으면 되지요 뭐." 하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는 소탈한 분이다.

할머니는 앞을 봇 보신 지 10년이 넘었다.
녹내장을 방치해 두었다가 앞을 못 보게 된 것이다.
쪽진 머리에 비녀를 꼽은 얼굴이 곱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항상 할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할머니는 십일조라며 지폐 만 천 원과 동전이 가득한 빨간 바구니를 건네신다.

"동전은 우리가 모은 거고 지폐는 애들이 다녀가면서 동참한 거예요."

가난한 과부의 동전 한 닢 헌금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다 허물어져가는 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시는 것이다.
같은 날 같이 하늘나라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지은 애칭이다.

성체를 모신 후 잠시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 없으면 요 앞길도 못나가요. 할아버지 얘기는 다 믿어요. 따라야만 내가
살아요."

"살림이란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깨끗하게 해도 아내가 볼 수 없으니 소홀히 할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되더라고요.
청소도 손으로 쓱 만져보면 알잖아요. 속일 수가 없어요. 허허."

앞 못 보는 할머니에게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사랑의 끈을 한 올 한 올 건네주는 예수님인 것이다.
이미 할머니는 예수님을 본 것이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부님, 저 눈 떴어요. 아주 희미하게 보여요."

10년 동안 감겨있던 할머니의 올려진 눈꺼풀 밑으로 하얀 눈동자가 보인다.

"2008년에는 보게 해주실 거라고 믿었어요." 할아버지의 믿음이다.

아지랑이 봄날 허름한 의자에 앉아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노부부의 아름다움은 자기 안에 머물지 않음에 있다.

못 보는 눈, 저는 다리지만 서로에게 길이 되는 노부부는 진리를 사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은 서로에 대한 믿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다.

이 길두 신부(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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