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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참된 헹복
조회수 | 2,509
작성일 | 06.01.22
내 마음속에는 늘 두 가지의 모순된 감정이 흐르고 있다. 생의 혐오와 생의 황홀, 아니면 생의 불안과 생의 평화, 그리고 내 생의 불만과 내 생의 만족이 순간순간 내 마음의 강을 교차해서 흐르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에 숨겨져 있으면서 확실한 얼굴로 존재하고 있는 감정은 내 삶과 죽음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의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 분명히 결론이 나 있는 내 삶에 대한 종결을 어떤 색채로 남겨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너무나 큰 과제인 것이다.

삶은 언제나 지금 바로 이 시간의 연속으로 내가 스스로 순간의 몰입에 최선을 다하며 고통의 우물 속에서 기쁨을 자아올리는 물 긷기와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랬다. 결코 물이 있을 리 없는 박토에 맨손으로 땅을 파는 갈증을 견디며 끝내 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갈증을 푸는 물로 대신했던 것이다.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답다. 분명히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음에도 지나온 시간들은 미사처럼 장엄하고 고요하며 감동도 있다. 마치 난투극 같은, 형벌 같은 괴로운 시간들이 내 삶의 구석구석에 묻어있는데도 지금 돌아보면 두 팔을 벌려 안아보고 싶다. 시간은 이렇게 부드럽게 변용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전학을 하면서 생의 새로운 깃발을 올리던 날, 다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생의 뿌리를 내리며 서울의 바람에 연약한 뿌리를 흔들리면서 단 하나 희망이라는 단어에 전생을 걸었던 젊은 날은 아름다웠다.

대학시절 서울은 나의 전 세계였고 전 우주였고 내가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나는 거기에 내 삶을 건축하고 길을 만들고 사랑을 살게 하고 싶었다. 초라한 자취방 책상 앞에서 내가 바라는 생을 만들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만용을 부리며 밤 새워 책을 읽고 울고 시를 쓰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그 시절이 아마도 내겐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닌가 한다. 나의 삶인데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척박한 현실을 나는 운명이라는 말로 위로했지만 그것은 아니다. 그 운명도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키운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평범이었다. 상식적인 삶이었다. 상식적인 삶이야말로 훌륭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가장 큰 지상 철학으로 배우며 받아들였다. 내 생의 가장 큰 후회는 바로 이 평범과 상식에서 벗어난 그 특별함이었다. 이 특별함의 무게는 도무지 단 한 번의 징벌로 갚아지지 않고 일수놀이의 이자처럼 늘 나를 떠나지 않고 그 존재를 보이며 나를 괴롭혔다.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조금 더, 내가 쓴 모든 글에서도 조금 더, 사랑하는 일에서도 조금 더 노력이 부족했으며, 그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대목에서 나는 두렵다. 몸이 편하자고 마음이 편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면 아, 그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때 단 한 번의 기회였으므로.

나는 사랑에도 특별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내 생에 총격을 가하는 일이라도 진정으로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무릎을 꿇고 그 사랑을 큰 느티나무로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늘 이유를 달았다. 현실이 여의치 못하다고, 지금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핑계를 대면서 사랑을 유보시켰다. 사랑이란 미루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야말로 이유와 핑계와 현실을 따지는 게 아니고 어떤 경우에라도 지금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을 대단한 주인으로 섬기면서 계산과 이익으로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점은 늘 아쉬운 일이다. 제대로 사랑을 했다면 인생은 거의 성공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정직한 일에도 의미를 둔다. 나는 시인이므로 진실에, 진정성에 우선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나의 장점이면서 나에게 장애가 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아이들에게 진실과 정직을 강조한다. 󰡒정직했으므로 손해를 본다면 그 손해를 기꺼이 받아라.󰡓 나는 내 아이들에게 정직성과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도록 말한다. 돈보다는 사람을 버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부와 통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내가 기어이 이기겠다는 집념도 버리라고 말한다. 때때로 인생은 나 자신 이외에 관장하는 분이 있어 진 만큼 상을 내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주었다는 마음으로 살기를 나의 아이들에게 바란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세상의 명예를 얻는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응집력 있는 사랑의 힘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명예를 얻고도 가족의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호화로운 집이 있어도 생의 노숙자의 몰골로 떨어져버리고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질병으로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죄는 짓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가장 큰 명예는 내게 아이들이, 그것도 서로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내 아이들에게 고백하는 일이다. 그것은 내 시에 갖는 소망과는 전혀 다른, 한 어머니로서 갖는 최대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내 시가 되기를 바란다.

내 시에 내 삶이 녹아있고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있는 시를 쓰고 그것이 문학이라는 가치의 무게와 공감대와 연결되기를 나는 바란다. 시는 나를 울렸고 나를 쓰러지게 하지만 나를 웃게 만든 것도 나를 일으킨 것도 시였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다시 태어나도 나는 지금과 같은 인생을 살게 되리라 믿는다. 조금은 바보같이 조금은 어리석게 사랑과 시와 가족을 위해 이른 아침 시간 기도를 하면서 살게 되리라 믿는다. 원한다면 지금보다 더 소심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계를 배우기를 기대한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이 죽기 전 5분의 시간을 허락받는다면 옆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데 2분,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 2분, 그리고 자연을 둘러보는 데 나머지 1분을 쓸 것이다. 내 생은 흠집투성이고 얼룩도 많고 거칠고 위기에 내몰렸던 적도 많지만 그러나 나는 행복했다. 그것이 또한 내 마음의 큰 모순이지만 나는 이 모순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을 배우고 사랑의 중요성을 깨우친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창으로 보이는 나무, 내 생의 길목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 내 머릿속으로 흐르는 한 구절의 시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는 눈감고 싶다. 나는 그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눈감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사랑이 부족한 것을 용서하세요' 하고 눈감고 싶다.

내 하느님이 이를 허락하시기를 나는 오늘도 기도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참다운 행복이다. ▶ 월간 레지오 2006년 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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