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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진 : 생명의 신비, 소중함
조회수 | 2,425
작성일 | 06.01.22
레지오 마리애 편집실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가톨릭신자가 아닌 내가 가톨릭 신앙인, 그 중에서도 성모님의 군대, 기도 부대라 일컬어지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이 보시기에 합당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신앙에 접목하여 과학을 알기 쉽게 풀어 이야기하기에는 나 자신의 생각조차 혼돈스런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한 국가의 국민으로 함께 사는 신자와 비신자 사이에서 공통의 주제에 관해 논하는 동안 유익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글을 써 보기로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늘 접하면서 생명에 대한 신비감과 소중함을  느끼는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어떤 감동을 느끼는지에 관한 것이다. 여러분을 실망시킬지 모르겠으나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생명이 수태되어 뱃속에서 성장하고, 만삭이 되어 고통과 함께 태어나는 현장에서 의사로서 느끼는 가장 밑바닥의 감정은 언제나 '두려움'이었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셋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만삭의 배를 부둥켜안고 분만실로 들어선 것은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다. 두 차례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했던 터라 응급하게 수술을 준비했다. 면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산모가 들려준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 산모는 한 번도 정식으로 결혼한 적이 없으며, 세 아이의 아버지가 모두 달랐다. 게다가 앞의 두 아이를 입양시킨 것처럼 이제 곧 태어날 신생아도 입양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진통 속에서도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담담해졌다. 나도 평정을 잃지 않고 업무를 진행해야 했기에 마음을 추스르며 돌아섰지만, 떠오르는 '판단'의 사념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았다.

이 여인은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런 사정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종교와 신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혹자는 무책임한 남녀 관계를 비난하거나 자유연애주의자라면 결혼하기 전에는 피임을 잘 했어야 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어째서 만삭의 몸이 되기 이전에 인공유산을 하지 않았는가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판단은 문제의 본질을 쉽게 흐리고 만다. 남녀간의 사랑, 결혼의 법적 의미, 인간 기본권으로서의 성적 만족을 누릴 권리 등에 매몰되어 해결 방법만 있으면 된다는 편의주의적 사고를 진행하다 보면 무엇이 진정 중요한 가치인가를 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철학 교과서의 일부를 어렴풋이 떠올려본다.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중국의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였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감성적(感性的)인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내버려두면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악(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수양은 사람에게 잠재해 있는 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가르침이나 예의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쌓아올려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에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고, 성경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신의 형상을 따라 선하게 창조되었는데,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죄를 짓고 타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철학과 윤리가 잊혀져 가는 현대에 인간사의 주요 화두가 되며 관심거리가 되는 일들은 슬프게도 대부분 인간의 죄성(罪性)에 대한 성찰보다는 그 결과에 관한 것이다.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공기의 고마움을 공기가 부족하거나 오염된 때에 더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고귀함은 그것이 위협받는 순간에 더욱 절실히 우리 가슴에 다가오게 된다.

최근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시끄럽다. 이를 두고 각계가 내어놓는 논평은 실로 다양하다.

과학자들은 논문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부풀려진 점을 비난하고, 정치와 경제 관련자는 바이오산업에 기대했던 수익성과 이미 투자한 자본의 손실을 염려하며, 한줄기 치유의 희망을 기대했던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은 충격과 불안에 휩싸이고 말았다.

얼마 전 모 일간지의 일면에서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눈물을 보았다. 그분의 마음속은 헤아릴 수 없지만,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는지….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환상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나를 따라오라' 외치는 과학자가 거짓과 욕심의 벽돌로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것을 후회하시는 것은 아닐까.

또한 신앙이 없는 자들마저 과학적 진실을 무기로 탑을 허무는 것을 목도하면서 주님의 심판을 받아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될 탑이 인간적 노력으로 공고해지는 것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신 것은 아닐까.

내게는 눈물을 흘리는 3분의 침묵 동안 추기경께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주님은 어디로 가고 계신가. 나는, 그리고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월간 레지오 2006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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