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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 헛기침으로 백 마디 말을 하다
조회수 | 2,846
작성일 | 07.05.26
한 줄기 퍼부을 듯 하늘이 끄무레하면 그 하늘을 형용해서 '아침 굶은 시어머니 같다.'고 한다. 이런 하늘을 두고 '폼페이 최후의 날 같다.(화산재로 뒤덮인 우중충한 날)'고 형용하는 서구 사람들에 비겨 통찰을 요구하는 형용임을 알 수가 있겠다. 화산재에 뒤덮인 폼페이 최후의 하늘은 우중충하기에 그것은 통찰이 필요 없는 일차원적인 비유다. 그러나 아침 굶은 시어미 낯짝을 하늘색에 비기기에는 삼차원적인 육감의 작용 없이 불가능하다. 은폐가 심하기에 통찰도 발달했다. 우리 한국의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는 이 말없는 통찰의 커뮤니케이션이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분량보다 한결 많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찾아볼 수가 있다. - 말없는 통찰 의사소통의 발달

우중충한 그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며느리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다림질을 하고 있다. 이웃 방에 있던 시어머니가 말을 건네 온다.

"아가, 할미가 업어줄까."

이 말은 할미가 젖을 빠는 손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비가 뿌리는 밖에 널려 있는 빨래를 빨리 거둬들이라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분부인 것이다. 며느리는 그 말을 통찰력으로 알아듣고 빨래를 거둬들인다.

텃밭에 가 남새 뜯어 국거리 마련하랴, 저녁밥 지으랴, 애들 돌보랴, 일손이 바쁜 며느리는 시어머니 담배 피고 있는 방 앞에서 강아지 배때기를 차 깨갱거리게 하거나 마루에서 노는 닭들에게 앙칼스레 욕을 퍼붓는다. 시어머니는 '옳거니' 통찰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바구니 들고 남새밭에 가면 되건만, '그렇지 않아도 좀 쉬었다가 텃밭에 가려고 했는데 강아지 배때기를 차 …….' 어디 가나 보라고 버티고 있으면 며느리는 업힌 아이보고

"니 어머니는 무슨 팔자로 손이 세 개 달려도 모자라냐."고 혼잣말을 한다. - 통찰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표현방식

이 같은 통찰을 필요로 하는 대화를, 서구식으로 통찰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화로 통역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나는 아이 업고 밥짓기가 바쁘니 나를 돕는 뜻에서 바구니 들고 남새밭에 가 국거리 좀 뜯어다 주실 수 없겠습니까?"

"응, 그러마. 나 지금 담배 한 대 피고 있으니 다 피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약 5분만 기다려 다오."

"좋아요. 5분 후에는 약속대로 이행해 주시길 바래요. 꼭요."

"알았다. 그렇게 하마." - 통찰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서구적 표현양식

가정에서부터 나라라는 큰 집단까지 한국인은 너무 많이 통찰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 통찰이 부드럽게 이뤄지면 빨래 걷는 며느리처럼 충돌 없이 행복하게 영위가 되지만, 남새밭에 가지 않는 시어머니처럼 통찰이 어긋나면 증오와 불화가 빚어진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지피는 장작불의 조잡함에서, 며느리가 먹인 시어미 삼베고쟁이의 칼날같이 뻣센 풀에서 며느리의 반항을 통찰할 줄 알아야 한다. 며느리가 업고 있는 아이의 울음의 질과, 시간과, 때와, 경우를 판단하여 며느리가 아이 엉덩이를 꼬집어 울린 건가, 아닌가를 통찰로 감식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꼬집어 울리는 아이의 울음이나 배를 차서 울리는 강아지의 울음은 불만이 차 있는 며느리의 절규를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플라스틱이라 소리가 나지 않지만 바가지 요란하게 긁는 것이, 통찰이란 미디어를 통한 강력한 발언인 것이다. 한국인은 이렇게 눈이나 귀가 입보다 말을 많이 한다. - 통찰에 의한 의사 소통방식이 발달한 한국인의 언어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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