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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 죽음
조회수 | 2,412
작성일 | 07.05.26
맑은 아침이었다. 밀렸던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이게 웬일일까? 약 먹은 쥐를 먹은 모양이지? 저걸 어쩌나?" 걱정하시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아마 나에게도 들려주어야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방문을 열고 뜰로 나섰다. 제법 토실토실 자랐고 며칠 전부터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어대기까지 하던 강아지가 거품을 흘리며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나를 본 강아지는 그래도 반가워해야 하는 의무라도 있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몇 번 다리에 기어올라 보려 하더니 그만 뜰 한편 구석으로 달아나 버린다. 몹시 고통스럽기 때문에 견디어 낼 수가 없는 모양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뜻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속히 비눗물을 만들어 입에 퍼넣어 주기 시작했고 어린 것을 불러 약방으로 달음질치도록 부탁을 했다. 강아지는 약간 긴장이 풀리는 듯이 햇볕이 쪼이는 담장 밑에 누워 버렸다. 아무래도 고통스러움을 견디어 내지 못하겠던 모양이다. 강아지 때문에 휴강을 할 수는 없었다. 산란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 학교로 달려가 한 시간 강의를 끝냈다. 강의를 하는 도중에는 잊고 있었으나 강의가 끝나니 강아지 생각이 물밀 듯 솟아오른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였기에 달음질치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강아지가 어떻게 되었지요?"
  
"글쎄, 아무래도 죽으려는 모양이다."
  
그때까지 지키고 계시던 어머니의 말이었다. 행여나 행여나 기대했던 마음에 적지않은 충격이 찾아드는 것 같았다. 누워 있는 강아지 옆으로 가 앉았다. 거품을 물고 허리가 끊어지는 듯이 괴로워하던 강아지가 그래도 주인이 옆에 왔다는 것을 의식했던 모양이다.  겨우 일어서서 두세 번 꼬리를 흔들어 보이더니 그만 제자리에 누워 버렸다. '주인께서 돌아오셨는데 영접을 해야지‥‥. 그런데 왜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원망이라도 하고 있는 모습 같았다. 나는 애처로워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다. 품에 안아 보았으나 고통은 여전한 모양이다. 다시 땅에 내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무척 괴롭고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 두 눈은, '나를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이 죽어 오는 고통을 덜어 주거나 어떻게 좀 더 살게 해 주세요. 왜 가만 보고만 계시는 것입니까?' 묻는 것 같기도 했고 애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참 뒤 누운 채로 꼬리를 약간 흔들어 보이더니 더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눈의 빛깔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전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만 몸의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나는 두 눈을 살그머니 감겨 주었다. 몇 분이 지났다. 강아지는 곱게 완전히 누워 버렸다. 꼭 잠든 것 같았다. 가볍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흡사 '세상은 너무 괴로웠다.'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오후에는 또 강의가 있었다. 그러나 강아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다. 온 가족들의 생각이 꼭같은 모양이었다. 새삼스럽게 인간이 얼마나 무능한 것인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의 생명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인간이 철학을 논하고 예술을 말하며 과학의 위대성을 떠들고 있다.

여러 해 전에는 미국의 덜레스 국무 장관이 세상을 떠났다. 온 세계 사람들의 주의와 기대가 그의 병원으로 집중되었다. 최고의 의학을 자랑하는 의사들이 그의 암병을 저지시켜 볼 양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장례식에는 전인류의 마음과 뜻이 묶여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작고한 위인의 죽음을 위한 심정이기도 했으나 인간들이 꼭같이 지니고 있으며 맞이하게 되는 죽음이라는 공통적인 운명에 대한 엄숙하고도 경건한 마음의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인류의 성의와 노력을 가지고서도 그 한 사람의 생명을 구출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죽음은 이렇게 강하다. 죽음은 이렇게 절대적이다. 백만 광년(光年)이 걸려야 지구에까지 비치어 오는 어떤 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삶에서 죽음에의 거리는 그보다 몇백만 배나 더 먼 것이다. 하나는 양의 거리를 말하나 후자는 질의 차이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 및 죽음에의 가능성은 어디에나 있다. 순간마다 있으며 삶의 한복판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삶이 죽음의 바로 앞에서 모든 기대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 아니고 무엇인가?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아니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상스러운 일이다.
  
그 날 오후 나는 강의를 끝내면서, "내가 학교로 오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만일 내가 그에게, '왜 그렇게 뛰어갑니까?' 묻는다면,
그는,
'강의 시간에 늦어서 그럽니다.'
'늦으면 어떻게 됩니까?'
'공부를 충분히 못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어떻게 됩니까?'
'좋은 취직을 합니다.'
'취직을 하면 무엇합니까?'
'좋은 가정을 가지고 잘 삽니다.'
'잘 살면 무엇합니까?'
'잘 산 뒤에는 죽습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긴 질문과 대답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이 식을 빼놓고 답만 쓰는 식으로 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학생은 지금 왜 그렇게 열심히 뛰어가고 있습니까?'
  
'죽으려고 뛰어갑니다.'는 대답이 나올 뿐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와- 하고 웃어댔다. 그러나 웃음이 사라진 뒤에는 그 어느 학생의 마음에도 어두운 그림자, 죽음의 그림자가 스쳐갔을 것 이다.
  
죽음은 최후의 문제다. 그러므로 죽음의 문제를 해결짓는 것은 모든 학문과 예술과 사상의 마지막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이 문제를 해결지어 주었는가?
  
반드시 해결지어야 할 문제이면서도 모두 자기의 문제는 아닌 듯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렇게 스스로 묻고 있는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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