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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가 임하소서
조회수 | 667
작성일 | 12.07.03
그 나라가 임하소서

아무리 소견머리 없는 사람이라도 점잖은 어른에게 무엇을 청할 경우,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 기분이 상하지 않게 부탁할 수 있을까를 미리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어지신 예수님이 비는 법을 가르쳐 주신 대로, 어느 한 가지를 마음먹고 청할 때에는, 무엇을 그리고 무엇 때문에 청하여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조심해서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주님이시여, 당신은 말 한마디로 “아버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소서.” 하고 맺으실 수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분께는 여러 말이 필요치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원하신 지혜시여, 당신과 아버지 사이라면, 그것으로 넉넉합니다. 그러길래 당신은 올리브 동산에서 당신의 뜻과 두려움을 말씀하시고는, 당신을 아버지의 뜻에 맡겨 버리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아버지의 뜻에 스스로를 온전히 내맡기신 당신처럼, 그토록 자신을 아주 바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지목하여 빌어야 한다고 당신이 가르치셨으니, 그 때문에 우리는 잘 살펴서 좋은 것이면 청하고, 그렇지 않으면 청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그것을 얻지 못하면 주님이 주시는 것이라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우선 손에 들어 있는 돈처럼 보이지 않는 데서, 그것으로 부자가 될 생각은 아니하는 것입니다.

좋으신 예수님은, 우리 안에 당신의 나라가 있어지기를 빌 적에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 나라가 임하시며” 이같이 외우라고 하시었습니다. 그럼 따님들이여, 우리 스승님의 지혜가 얼마나 크신가 생각해 봅시다. 나는 여기서 잠시 생각을 멈추고, 우리는 이 “나라”라는 말로 무엇을 비는지 밝히는 것이 좋을 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힘이 너무 모자람을 보시고, 이 세상에서부터 당신의 나라를 마련해 주시지 않으면, 우리가 영원하신 아버지의 이름을 기리고 높이고 거룩히 빛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러기에 좋으신 예수님은 이 두 가지를 빌게 하신 것입니다.

따님들이여, 우리는 알아야겠습니다. 빌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은혜를 내리시는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여기서 내 나름대로 알아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나는 천국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가지가지 복이 있겠지만, 그 중에 제일 큰 행복은, 다시는 세상의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오직 자기 안에 안정과 영광을 누리며 즐거워 하는 이들과 다 같이 즐거워 하는 것, 그리고 모두가 하느님을 기리고 그 거룩하심을 나타내고 당신의 이름을 찬미하여, 아무도 거역하는 자가 없음을 볼 때, 무궁한 평화와 더없는 만족을 느끼는 그것이 제일 큰 행복일 것입니다.

거기서는 모든 이가 주님을 사랑하고, 영혼이 하는 일이란 오직 당신을 사랑하는 것뿐, 당신을 환히 알기 때문에 아니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그와 같이 사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거기서처럼 오롯하게 끊임없이 할 수야 없습니다만, 주님을 더 알았던들, 지금 우리가 사랑하고 있기보다는 당신을 사랑하는 법이 훨씬 달랐을 것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의 ‘완덕의 길’에서 (Cap. 30,1-5: CEuvres completes, Desclee De Brouwer, Paris, 1964, 46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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